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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오

허은오 (Eunice Hur)

Email. eunohhur@gmail.com

Web. http://eunicehur.com/


학력

2019 숙명여자대학원 조형예술학과 미술학 박사

2014 Master of Fine Arts 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 Rochester NY

2008 숙명여자대학원 회화과 미술학 석사

2005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 미술 학사


12회 개인전 및 14회 부스 개인전

・ 최근

2020 MANIF ON:TACT, 온라인 아트페어

‘고요한 생명의 숨결’ 개인전, 리수갤러리, 서울

‘생명과 감성’ 개인전, 인사아트센터 제3전시장, 서울


90여회 단체전

 

현) 전북대학교, 군산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출강

화조화의 ‘시정화의’와 건강한 생명력의 표현

김상철(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


화조화는 전통적인 동양회화의 중요한 장르 중 하나이다. 아름다운 꽃과 새가 어우러지는 화조화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북송(北宋)의 휘종(徽宗)의 주도에 의해 그 형식이 정립되고 내용이 풍부해 짐으로써 중요한 화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화조화의 창작에 제시되었던 ‘시정화의’(詩情畫意), 즉 시적인 감성을 회화적인 조형으로 표현하라는 요구는 화조화 창작의 기본적인 요건이 되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화조화를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의 재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화조화의 근본적인 지향은 꽃과 새라는 작고 미미한 존재들을 통해 생명의 기운을 표출하고 대자연의 섭리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꽃과 새라는 아름다운 대상 자체의 객관적인 재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건강한 생명력과 그 의미를 표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구미술에서 자연을 대상화하는 입장과 달리 자연과 인간을 같은 생명을 갖는 동일한 가치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작가 허은오의 작업을 지지하는 것은 화조화이다. 섬세한 필치와 감각적인 색채의 구사를 통해 표출되는 작가의 화면은 정치할 뿐 아니라 성실한 묘사로 보는 재미까지 제공해 주고 있다. 사실에 육박하는 섬세한 묘사와 표현은 작가의 작업이 이미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재료에 대한 이해와 조형에 대한 주관적 해석력이 확보되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묘사는 단순한 기능에 속하는 것이라 치부될지도 모른다. 당연히 묘사, 혹은 묘사력은 일정한 기능의 학습과 훈련을 통해 얻어질 것이다. 그러나 묘사의 기능을 통한 객관적 재현은 가능하지만 이를 통해 발현되는 이른바 ‘시정화의’는 전적으로 작가의 해석에 의해 표출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개성, 혹은 특질이라 평가하는 것이다.

비록 화조화를 작업의 근간으로 삼고 있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통해 작가의 작품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아크릴의 운용이다. 사실 재료의 개방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아크릴의 사용이 새삼 화제가 될 것은 없다. 작가의 아크릴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그의 아크릴은 자체의 물성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수용성 안료 특유의 표현력을 십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때로는 중첩의 효과를 통해 깊이를 구축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묘사의 절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의 화면이 단순한 사물의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깊이와 여운을 전해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재료의 효율적인 운용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아크릴이라는 이질적 재료의 사용이라는 제한된 의미를 넘어 수용성 안료 특유의 심미에 대한 작가의 이해와 해석이 반영된 결과라 할 것이다.

구체적인 형상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표현하는 색채의 심미는 현실과는 다르다. 화면 전반에 넘쳐나는 우아하지만 깊이 있는 몽환적인 파스텔 톤의 색채는 작가의 화면을 몽환적인 세계로 각인시킨다. 이는 작가가 주목하는 것이 화조화라는 형식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실체가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작가의 ‘시정화의’는 바로 꿈을 꾸는 듯 한 몽환의 세계인 셈이다. 작가는 화조라는 소재를 대상화하여 관찰하는 대립적 시각이 아니라 대상과 일정한 연계를 통하여 자신의 성정을 표출하고자 한다. 대자연이라는 커다란 질서 속에서 동일한 생명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대상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심미적 내용들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표출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매우 사실적이지만 다분히 주관적이다.

이어 수묵을 차용한 새로운 작업들은 또 다른 차원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객관적인 묘사에 의한 화조화 형식의 구조는 여전하지만 색채를 배제한 수묵의 함축적 표현은 이전의 작업들과 사뭇 다르다. 물론 이는 재료 자체에서 비롯되는 현상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색채심미에 몰입했던 작가가 돌연 수묵을 택한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라 여겨진다. 신작들 역시 비록 수묵이라는 재료를 취하고 있지만 작가 특유의 정치한 묘사와 탄탄한 구성은 여전하다. 특히 수묵 특유의 함축과 절제의 화면에 여백이 두드러져 보는 맛에 더하여 더욱 풍부한 여운을 전해 준다. 색채를 배제하고 여백을 강조하였기에 보는 이는 스스로의 해석에 의해 색채를 찾고 여백을 채워야 한다. 이는 대상에 대한 객관적 ‘보기’에서 벗어나 주관적 해석에 따른 ‘읽기’의 영역으로의 변환을 말한다. 이는 작가의 작업이 개별적인 사유의 개진과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라 여겨지는 중요한 대목이다.

작가는 “숲의 고요한 정취를 수묵으로 더욱 부각시키고 평소 창공과 심해로 표현했던 무한한 자연세계를 수묵과 여백을 통해 서정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또한 생명의 순환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자연스럽게 녹여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한 것이다.”라고 작업 일지에 적고 있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화조화는 단순히 꽃과 새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말과 같이 자연의 생명력을 포착하고 이를 서정적으로 표출해 내는 것이다. 더불어 이를 수묵이라는 형식을 통해 그 답을 보는 이에게 되묻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작가의 작업은 화조화라는 고전적 형식의 요구에 충실할 뿐 이의 개별적인 해석을 통해 또 다른 단계로 끌어 올리고 있다 할 것이다. 이는 충분히 긍정되고 기대해 볼만한 변화이며, 생명에 대한 관심과 자연과 인간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에도 잘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작가의 분발과 새로운 성취를 기대해 본다.

연석산우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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