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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한국화는 전통적으로 종이를 바탕으로 먹이나 채색으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재료나 표현기법들이 다양해 지면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한다. 그중에서 한지의 물성을 탐색하는 미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한지는 ‘한국성’과 ‘전통성’을 동시에 담고 있어서 재료 자체가 작품이 되기도 한다. 한지는 재료와 작품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곧 내용이며, 형식을 이루기 때문이다.

 

한지는 쉽게 접히고 펴진다. 외부의 자극에 약해서 쉽게 구겨지지만, 적당한 습기를 만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원형을 유지한다. 권구연은 한지 물성의 특질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결혼을 해서 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일하고, 작업까지 하는 철의 여인. 그 속에서 느끼는 고통과 버거움을 뒤로하고 용하게 잘 버텨왔다.

 

그녀는 자유롭지만 산만하지 않은 전통 조각보의 패턴과 색상, 담백함에 매력을 느꼈다. 그 미감을 바탕으로 한지를 겹겹이 덧붙여서 비구상적인 조형미를 탐색하거나 이미지를 드러내고 감추는 기법으로 여성성을 녹여냈다. 치밀하게 계산된 의도와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지의 우연성에 전착해 왔다.

 

최근에는 연석산미술관 레지던시에 체류하면서 한숨 돌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망중한(忙中閑)이라 했던가! 여전히 감당해야 할 일들은 많지만, 가끔은 흔들리는 나뭇잎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창밖에서 쏟아지는 장맛비를 관조하면서 따끈한 차를 마실 수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쉬어가기’는 결코 세상과 절연이 아니라 ‘되돌아감’이 전제된 초월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풍경적인 회화와 설치를 감행했다. 한지 고유의 성정을 살리면서 ‘바람결’을 질박하게 담았다. 주변에서 채집한 나뭇가지에 무심하게 노끈을 늘어뜨리고, 욕심 없이 한지를 덧붙였다. 인위적인 제작을 넘어 흐르는 것을 포착한 것. 자연에 대한 무심한 통찰을 통해서 하나로 응축한 풍경이다. 최소한의 작위를 통해 그냥 그대로를 표현하면서 진정한 삶을 사는 무위(無爲)에 다가서는 듯하다.

 

권구연이 한지 물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면서 폭넓고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가는 미술가로 우뚝 성장하길 기대하면서, 필자가 남몰래 무시로 암송하는 글귀를 나누고 싶다. “홀로 게으르지 않으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마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연석산우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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