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박 종 호 Park Jongho
학력
2004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
2015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6 불온한 풍경, 갤러리밈, 서울
2014 그림감상, 이랜드스페이스, 서울
그림감상, 리서치&아트, 서울
2013 중간풍경, 갤러리진선, 서울
그리기, 성남큐브미술관, 성남
2011 경계_재현의 재현, 갤러리그림손, 서울
2009 경계, 갤러리진선, 서울
단체전
2019 4․3미술제-경야, 예술공간이아, 제주
섬의 얼굴, 복합문화공간소네마리, 서울
cold frame, 신한갤러리역삼, 서울
2018 100마이너스30, 아트스페이스C, 제주
섬과 바람의 서사, 예술공간이아, 제주
경계를 넘어서, 이중섭미술관, 서귀포
The Next Big Movement, 키미아트, 서울
섬의 얼굴,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서귀포
기억의 밤 그리고 낮, 성북도원, 서울
2017 이아記:IAa Odyssey, 예술공간이아, 제주
성북동기념비, 성북예술창작터 윈도우, 서울
제주비엔날레,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그 집, OCI미술관, 서울
프리-뷰전, 예술공간이아, 제주
또 다른 시선,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예술 씨앗, 성북예술창작터, 서울
외 다수
선정 및 수상
2013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서울문화재단
2012 성남문화재단 작가공모 최우수상, 성남문화재단
아르코전문가성장프로그램, 아르코미술관
2011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창작활성화지원사업, 서울문화재단
2009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서울시립미술관
레지던시
2018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 제주
2017 예술공간이아 레지던시 1기 입주작가, 제주
2014 장가계 국제창작캠프, 장가계, 중국
2012-2013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2, 3기 입주작가, 인천
신기루와 데자뷰를 불러일으키는 상징적인 풍경
1.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안락하고 편리하면서도 허구와 모순이 함께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공존한다. 육체적 욕구와 편리함을 충족하기 위해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 느끼는 불안정과 소외감은 어느 순간 자아적 깨달음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고 이율배반적이 속성을 느끼게 된다.
박종호 작가는 도시생활의 생태를 관찰하고 도시라는 거대한 품속에서 실재의 공간이 어느덧 비실재의 공간과 혼동하여 그것이 초현실적 존재인 것처럼 작품을 구성한다. 그것은 마치 개발도시의 풍경을 문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동시에 도시의 창백한 회색 건축물들을 관찰자처럼 바라보기도 하고 낡고 사라져가는 도시건축물에 대한 오마주를 기록하는 사진과도 같다.
2.
담벼락, 축대, 공사현장, CCTV, 모퉁이, 창밖풍경, 하늘과 구름을 대상으로 『감시자, 소녀상, 무거운 하늘, 그 날, 불온한 풍경, 수상한 풍경, 집으로 가는 길, 사각지대, 개 같은, 벽, 옆집, 생각하는 사람, 어떤 풍경』등 다소 현실적이거나 비판적인 제목을 달았다. 이것은 거대한 자본과 건설업이 도시를 재단하고 호황을 누리던 시대에 볼 수 있는 일상의 풍경들이다. 개발과 건설을 통해 순식간에 과거 문명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동경과 아쉬움 그리움이란 양가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회색도시라는 중성적 이미지로 은유한 상징물과도 같다.
그는 고도의 산업사회에 개발해야 하는 하나의 도구와 같은 도시풍경을 포토리얼리즘 기법으로 묘사한 사실적인 풍경과 극사실적인 시각으로 작위적인 의도를 배제하여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도시의 익숙한 모습을 돌연 낯선 것으로 변환시켜 보는 이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형식상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리얼리즘 시각을 견지하면서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시선을 그 속에 은닉하는 다분한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숨 가쁘게 변하는 도시의 모습에서 인간의 편리함에 감춰진 물질물명의 공허함과 허상을 암시하는 것이다.
다소 불편하게 보일 수 있는『감시자, 불온한, 수상한 풍경』을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모종의 네거티브적인 요소 그것은 바로 도시문명이 발전하면서 극복해야하는 또 다른 하나는 인간성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도시의 상징물을 부분으로 클로즈업하여 파편적으로 표현한 것은 하나의 기호이며 체계이기도 한데, 그의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들과 녹아드는 것 같은 무채색들은 이를 증명해준다. 평상시 이들 풍경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의 작품을 견인하는 시선의 단계들은 낯설게 풍경을 바라보도록 물음을 던지게 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이동은 작가 자신의 변화이지만 우리의 시선을 점검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아무런 의식 없이 바라보던 풍경과 일상이 그의 작품에서 다양한 의문점과 색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시선을 투과시키거나 심란하게 하고 막힌 시선을 제시한다. 보통 인간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면서 현실 그 이상의 삶을 동경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반대로 혼동의 방향으로 흘러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 두려움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도시풍경은 실재 존재하는 풍경이라서 비현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풍경으로 신기루와 데자뷰를 불러일으키는 알레고리적인 풍경으로 볼 수 있다. 현실적 요소와 상징적 요소가 섞여 있고 현재적인 것과 잠재적인 것이 혼재해 있으며 이는 마치 신기루처럼 도시 이미지와 직결된다.
이때 작가가 바라보는 콘크리트 회색건물은 쓸쓸한 감정이 내재되어 도시의 삭막하고 소모적이며 제한적인 삶에서 느끼는 관찰자 시선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따로 클로즈업해서 보여 지는 CCTV는 도시를 감시자 증거자로서 바라보는 시선에는 씁쓸하고도 미묘한 감정이 작품으로 번안되어 나타난다.
『그림감상, 바람』은 안과 밖을 동시에 표현한 것으로 안에서 창밖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는 이중적 구조로 창과 창밖의 풍경 등의 외적 환경에 관심을 두며 작업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삶과 사회에 대한 변화하는 감정들을 가장 지적인 형태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숲과 산, 하늘 등 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인공적 건축물들에서 어색함을 느끼지 않게 익숙하게 바라보는 모호한 시선을 선사한다. 이처럼 어두운 잿빛 실내에서 바라보는 자연 풍광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여 하늘과 도시가 음과 양, 어둠과 밝음 등 인공과 자연의 숭고를 표현한 낭만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3.
최근작은 목탄으로 제작한 제주 오름, 폭포, 제주바다, 어선 집어등 불빛, 제주 숲 등은 제주의 단순한 풍경이라기보다, 그의 시선으로 제주 4·3항쟁을 상징하는 풍경들이다. 제주의 바람과 제주의 오름, 제주의 들녘과 제주의 산하를 오롯이 보듬은 그림들이다.
한국현대사에서 4·3항쟁 해방 이후 분단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무장 항쟁이자 집단 학살이다. 정권 주체가 바뀌면서 1987년부터 제주도 안팎의 예술가들이 4·3의 잔혹함을 시, 소설, 미술, 노래에 담았으나 이전에는 거론하기조차 어려웠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제주항쟁을 다루는 그림이 역사적 관점에서 제작되었다면, 박종호는 제주도 레지던스 참여를 기회로 좀 더 승화된 관점에서 제작하였다. 그간 포토리얼리즘 시각보다는 좀 더 그림적인 요소를 초점을 맞춰 목탄을 주재료로 색상을 탈거하고 흑백으로 과거의 상처를 보듬는 입장에서 찬찬히 생각하고 들여다 볼 수 있는 제주풍경을 담았다.
이는 오롯이 제주의 역사를 한 몸에 체득한 서사적인 입장보다는 제주를 바라보는 서정적인 시선으로 작가 개인의 소소한 애정의 표출이다.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목탄만을 사용하여 단순하고 함축적인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마음에 고이 담아 갈 풍경들로 산문보다는 시에 가까운 그림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2019. 8
김선태. 미술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