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자유의 노래

 

 

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다카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한 미술가이자 교수인 조야를 처음 대면한 가을날. 방글라데시의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유쾌하고 단아한 모습의 조야는 당당하고 특별한 여성미술가였다. 이슬람교도로서 견고한 신앙심과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미술가. 정체성이란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라는 의미에서 그녀의 정체성은 단단해 보였다.

 

조야는 번잡한 다카를 벗어나 고요한 산속의 연석산미술관 레지던시에서 경건한 예술적 기도와 자유의 노래를 즐기고 있다. 물설고 낯선 한국에서 자신이 대면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의 눈으로 낯설게 응시해서 화면에 녹여내는 탁월함을 보인다.

 

조야의 작품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와중에 작은 연못에 몸집이 너무 큰 물고기가 불편하게 사는 풍광을 표현한 그림이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의 자의식은 큰 물고기처럼 성장해 있는데 그것을 담지 못하는 사회 환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란다. 조야는 현실 문제를 명징하게 인식하고, 변화를 갈망하면서 자기실현의 욕구를 은근하게 담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화면에서는 풍부한 감정의 표정이 넘쳐흐른다.

 

조야의 회화는 확장한 자화상이다. 자신의 입고 있는 옷, 일상의 소품들, 동물들, 아름다운 꽃들이 평화롭게 뒤엉켜서 공존한다. 더러는 총이나 두려운 감정을 드러내는 형상이 숨어 있지만, 그것들은 그녀의 품속에서 폭력성을 상실하고 귀여운 소품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채집하는 그것이 요사스럽거나 번잡하지 않은 것은 그녀의 체화된 신앙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 경직됨 없는 편안함이 요즘처럼 들뜬 세상에서 진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말해 준다.

연석산우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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