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우

울타리 걷어내기

 

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깊은 산기슭에 자리 잡은 연석산미술관 레지던시에서 만난 신선우 미술가의 첫인상은 지극히 차분하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했다.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가슴을 가진 노마드적인 젊은 미술가의 행보는 매우 흥미롭다. 인천에서 태어나 천안에 소재한 대학에서 영화를 배우고, 프랑스 마르세유 대학에서 미술학을 전공하고, 2014년에 귀국해서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한곳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경계를 가로지르는 상황에 자신을 노출하면서 이질적인 것들과 기꺼이 충돌한 여정. 그 안에 도사린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에 쉽지 않은 행보를 해왔을 것이다. 그는 고독한 부침의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는 예술적 시위를 사정거리 밖으로 당기고 있다.

 

이 땅에서 청년미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떼고 자유 자체를 선택하는 것이다. 들뜬 세상에서 물가에 심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낡은 습속을 버리고, 세속에 아첨하지 않으면서 온 힘을 다하는 신선우를 주목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는 분절되고 들뜬 세상을 임의대로 재조립하고 편집함으로써 조소하고 풍자한다. 다의적이고 혼성적인 개념들을 거칠게 뒤섞어 제시하고 있다. 기성의 권력, 문화적 헤게모니, 덧없는 카르텔을 범벅하고 녹여냄으로써 모든 경계와 권위적 시선을 무력하게 만든다. 주체적 시각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해서 타자에 의한, 혹은 타자로서의 개념적인 울타리를 걷어내고 있는 예술적 저항이다.

 

신선우의 회화는 관자의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지 않고 충돌하는 이미지 사이를 끊임없이 맴돌게 한다. 그래서 우리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고정관념이 이질적인 형상과 부딪히면서 울타리(경계)가 무너져 내린다. 그 결과로 우리는 걷어낸 울타리 사이에서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고, 짓누르는 것을 딛고 일어나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는다.

연석산우송미술관


연석산우송미술관

대표번호: 063-244-2105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동상면 동상로 1118-22

E-Mail: wooma2016@naver.com

Copyright ⓒ 2021.연석산우송미술관 All rights reserved.